[스크랩] 디스크내장증
디스크내장증 |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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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은 참 애매모호한 병입니다. 척추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병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이견이 있는 상태입니다. 이 병의 존재를 인정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병명에 관해서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디스크 내부(內部)에 고장(故障)이 났다는 의미에서 ‘디스크 내장증(內障症)’ 이란 병명을 사용하기도 하고, 디스크의 성질(性質)이 변화(變化)된 병이라는 뜻에서 ‘디스크 변성(變性)’ (52페이지)이란 병명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의사는 디스크 내장증과 디스크 변성은 다른 병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의사는 수술적 치료를 주장하고 어떤 의사는 수술에 반대합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병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이해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디스크 내장증을 설명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디스크는 한가운데 수핵이 있고 그 바깥에 수핵을 둘러싸는 섬유륜(纖維輪, annulus fibrosus)이라고 불리는 두꺼운 막이 있습니다(43페이지). 디스크 내부에 고장이 난 디스크 내장증에서는 이와 같은 디스크의 정상적인 구조가 망가집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엑스레이 검사에는 디스크의 이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MRI 검사로는 디스크 내부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스크 내장증이란 병은 MRI 검사가 보편화된 이후에 관심을 끌게 된 병입니다. 그림 6-14b는 허리 디스크 환자의 MRI 사진입니다.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신경을 누르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림 c는 디스크 내장증 환자의 MRI 사진입니다. 디스크가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디스크는 MRI 사진에서 하얗게 나타나는데 반해서(a) 디스크 내장증이 생긴 디스크는 검게 나타납니다(c). 이 상태를 미국의 일반인들은 ‘Dark Disc Disease’ , 간단히 ‘DDD’ 라고 부른다는 것은 52페이지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MRI 검사에서 검은색 디스크가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디스크 내장증은 아닙니다. 어떤 의사는 디스크 내부로 생리 식염수를 주입하여 평소 느끼던 것과 같은 통증이 유발되어야만 디스크 내장증이라는 진단을 붙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검사를 ‘통증유발 검사(pain provocation test)’ 라고 합니다. 간혹 디스크 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디스크 내부로 약물(조영제)을 집어넣어 디스크 상태를 알아보는 디스크 조영술(discography)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스크 내장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 요통입니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만성 요통의 경우 디스크 내장증의 가능성을 한 번쯤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스크 내장증의 만성 요통은 무지근한 형태의 요통으로 많이 나타납니다. 이 요통은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으로 더욱 악화되며, 엉치, 등, 목으로 뻗치기도 합니다. 간혹 허리 디스크와 마찬가지로 다리가 저린 증상도 나타나는데, 허리 디스크 때에 보이는 근력약화나 감각마비 등의 신경증상은 없으며 진찰 소견도 정상입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 만성적인 요통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노이로제 또는 우울증 경향을 보이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디스크 내장증의 가장 주된 원인은 외상입니다. 두 가지 형태의 외상이 디스크에 고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교통사고와 같이 갑작스런 외상이며, 다른 하나는 집이나 직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든다든지 허리를 자주 삔다든지 하는 사소한 외상이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는 것입니다. 두 가지 가운데 후자가 더 중요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화현상이 디스크 내장증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듯이 디스크도 노화되면서 쉽게 고장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대의 젊은 사람에게도 디스크 내장증이 생기기 때문에 이 의견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디스크 내장증을 자가면역 질환(自家免役疾患)으로 설명합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51~54페이지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현재 디스크 내장증의 원인으로는 외상, 노화현상, 자가면역 질환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디스크 내장증으로 밝혀져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일단 비수술적인 치료로 요통을 다스려가면서 시간을 두고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을 끌다보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을 끄는 동안 허리를 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한 허리에서는 허리로 가는 부담의 대부분을 근육이 감당하기 때문에 고장난 디스크로 가는 부담이 훨씬 줄어들어 요통이 완화됩니다. 허리가 약한 상태라면 시간이 흘러 디스크 내장증에 의한 통증이 줄더라도 약한 허리에 의한 요통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비수술적인 치료방법은 제3장에서 설명한 허리 디스크의 비수술적인 치료방법과 동일합니다. 비수술적인 치료로 효과가 없으면 수술적인 치료를 시도합니다. 수술은 요통의 원인이 되는 고장이 난 디스크를 제거하고 내고정 금속과 뼈 이식을 사용하여 위, 아래의 척추뼈를 굳혀주는 척추 유합술입니다(그림 6-15). 이때 복강경을 사용하여 척추 앞쪽으로 수술할 수도 있고, 허리 뒤쪽으로 수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스크 내장증과 같이 요통이 주증상인 병에서는 가급적 비수술적 치료를 충분히 시도하여 수술을 피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디스크 내장증이라는 병은 1단계에 속하는 병입니다. 1, 2단계에서는 요통이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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