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精.氣.神 三寶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 태어난 이 세상에서 '잘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도 이의가 없겠지만,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대목에 가면 사람마다 생각들이 실로 다양해진다. 오늘은 이 점에 대한 명리학적인 지혜는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1. 명리학에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는 다섯 가지 기운의 관계
1) 비겁(比劫), 그 사람의 주관과 심지, 내지는 그 사람 자체
2) 식상(食傷), 그 사람의 행동력과 용기, 추진력, 자기주장, 재주
3) 재(財), 그 사람의 물질적 욕구와 지배욕
4) 관(官), 자기를 다스리는 자제력과 위험관리 능력
5) 인수(印綬), 사물로부터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기운
사주는 기본적으로 1백4 만 가지인데, 그 차이란 결국 이 다섯 가지 기운(세분하면 열 가지)의 차이를 말한다. 그리고 그 다섯 가지 기운들이 서로 밀어주고 견제하고, 돕고, 시샘하고 누르고 하는 것, 이를 생극제화(生剋制化)의 관계라 하며, 이로서 그 사람의 심성과 능력, 재운, 명예, 건강 등등 인생 전반의 일을 예측한다.
비겁이 강한 사람은 스케일이 크고, 비겁이 많은 사람은 친구가 많다. 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우두머리 기질이 있다.
식상이 강한 사람은 재주가 있으며, 식상이 많은 사람은 다재다능하고 유능하다.
재가 강한 사람은 금전이나 물질에 대한 욕망이 크고, 재가 많은 사람은 현실적인 감각이 좋고 자기 일에 성실하다.
관이 강한 사람은 자기절제가 뛰어나서 직장이나 관료로서 출세하며, 관이 많은 사람은 지나치게 모든 일을 살피는 사람이다.
인수가 강한 사람은 배우는 일에 인연이 많아서 학자형이며, 인수가 많으면 대개의 경우 집안이 유복하고 좀 보수적인 사람이다.
2. '잘 사는 삶'은 비겁과 식상, 인수가 좌우
그런데 이 다섯 기운 중에서 성공적인 삶, 잘 사는 삶을 영위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비겁과 식상, 그리고 인수, 이 세 가지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그간의 연구를 통해 얻게 되었다. 풀어서 얘기하면, 자신의 주체성과 자신의 주체성을 표출하는 기운, 그리고 사물과 환경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수용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좀 더 쉽게 풀면, 남의 얘기를 들을 줄도 알고(受容),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줄도 알며(主體性),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남에게 전달할 줄도 아는 능력(表現)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도가(道家)에서는 정기신(精氣神)이라 해서 세 가지 보배(三寶)라고 한다. (*보충설명: 이 세 가지 보배, 精氣神을 사주요소로 대입하면, 정은 수용하는 것이니 인수가 되고, 기는 주체성이니 비겁이 되고, 신은 표현하는 것이니 식상이 된다.)
그런데 사람마다 받은 기운이 실로 다양하기에-이를 일러 개성(個性)이라 한다-듣는 능력도 다르고 보는 능력도 다르며 말하는 것도 천차만별이다.
듣고 판단하기에 앞서 말이 앞서는 사람을 실(實)이 없다하며, 들을 줄도 말할 줄도 모르는 사람은 그저 자신의 닫힌 생각만 있으니 그 또한 외곬이 된다. 그런가 하면, 들을 줄만 알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답답하고 베풀지 못하니 인색하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정기신의 삼보가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삼보가 균형 있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3. 정기신은 정신세계, 재관은 현실세계
정기신 삼보에 비해 재(財)와 관(官), 재물에 대한 욕구와 지배력, 그리고 자기 절제력은 또 다른 성질의 것이다. 정기신이 인간의 자아와 정신세계를 말하는 주아주의(主我主義)적인 측면이 있다면 재관(財官)은 현실 세계이고 물질적인 측면을 말한다. 물질에 대한 욕구는 현실적인 것이며, 또 그 현실은 언제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자제가 중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장자(莊子)가 주장하는 무위자연 속에서 우리의 삶을 고양하고 누리라고 말한 것이 정기신의 세계라면, 재관은 그 반대되는 측면이다
부귀를 누린 자는 사주를 보면 반드시 재나 관의 기운이 뛰어나다. 현실적인 감각이 있고, 위험을 피해 가는 처신의 능력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주를 볼 때에는 재관을 중시한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정작 중요한 것은 정기신의 삼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재관이 그대로의 현실을 말하는 세계(sein)라면 정기신은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을 말하는 당위의 세계(sollen)로서 우리 삶의 주체적인 측면이자 자아를 실현하는 경계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사주를 통해 한 사람의 운명을 들여다보면 그러한 바를 말하는 소연(所然)과 그렇게 되어야 할 바인 응연(應然)이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것들이 조화로운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지를 파악하게 된다.
정기신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반드시 높은 정신세계만을 지향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현실의 삶이 척박하다 할지라도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 환경이 왜 어려운 가를 이해하는 판단,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환경에 만족할 줄 하는 수용력이 바로 정기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가에서는 이를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소중한 세 가지 보물, 삼보(三寶)라고 일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