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때 명의 조학민은 전통적인 한의학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주방(走方) 영의(鈴醫)를 중요시 하였으며 전통적인 한의학의 정도(正道)를 벗어난 처방일지라도 치료효과 만 있으면 관심을 집중시켜 연구하였다.
주방영의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치료하는 "방울의사" 를 일컫는다. 실제로 방울의사들은 동네 어구에 들어 서자마자 방울을 흔들어댄다. 환자들이 방울소리를 듣고 모여들면 치료해 주었었다.
조학민은 치료 경험방을 다량으로 수집하여 1759 년 스물 세 살의 어린 나이에 "관아내외편(串雅內外編)" 이란 책을 저술하였다.
900여 험방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치료 방법을 금(禁), 절(截), 정(頂), 관(串) 의 4 종류로 분류하였다. 금법은 약물 치료와 더불어 축수(祝壽) 등 미신수단을 사용한 질병치료법이다. 절법은 단방(單方)을 사용하여 인체내에서 병사(病邪)를 제거시키는 질병 치료방법이다. 정법은 토약(吐藥)을 사용한 질병 치료방법이다. 관법은 사하(瀉下)약을 사용한 질병 치료방법이다.
정확성이 결여된 것은 단점이지만 심리치료를 겸한 것은 좋은 점이다. 절대 다수의 약들이 천(賤), 험(驗), 편(便) 의 삼대 특징을 갖고 있다. 천은 약의 값이 싸다는 말이고 험은 약의 효과가 빠르다는 뜻이며 편은 편리하다는 뜻인데 이러한 약들은 산이나 들이나 어디든지 자라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면 오배자(五倍子)의 가루를 배꼽에 부쳐두면 도한(盜汗)이 치료된다. 인후발염(咽喉發炎)이나 인설생창(咽舌生瘡)은 오수유(吳茱萸)의 가루와 식초를 함께 짓이겨 고약 처럼 만들어 족심(足心)에 붙혀두면 치료되며, 등에 부스럼이 난 것은 묵은 밀가루를 붙혀두면 치료되고, 뜨거운 물이나 불에 덴 곳은 추규화(秋葵花)와 지유(地楡)를 사용하고, 방풍(防風)은 비상독을 풀어준다.
산후훈절(産後暈絶)에는 반하(半夏) 가루를 사용하는 것 등등이다.
간편해서 사용하기 쉬우며 치료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환영받았다. 이러한 처방들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조학민이 한의학에 큰 공헌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조학민이 살아 생전 가장 존경하던 인물은 이시진이었다고 한다. 조학민은 본초강목을 비롯하여 600여 종의 의서들을 참고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이 꾸준히 연구한 것들을 덧붙여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 10 권(卷)을 편찬하여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조학민은 양소원(養素園)이라고 부르는 약초전문 재배 정원을 손수 경영하며 약초를 직접 재배하면서 실험연구하였다. 그래서 조학민은 약초에 대하여 남달리 관심이 많았다. 남아메리카의 페루 원산인 금계랍(金鷄蠟)은 학질의 치료에 쓰이는 특효약인데 1765 년에 조학민이가 금계랍의 약효를 이미 본초강목습유에 기록해 놓았다. 외래약물이 중국의 약전(藥典)에 기록된 것은 처음이다.
조학민은 80 세를 일기로 세상을 마쳤다. 유의(儒醫)로써 또 민간 주방영의로써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조학민은 이시진의 연구를 계승한 사람이며 이시진의 미완성 작업을 완성시킨 사람이며 이시진 다음으로 본초학에 공헌한 바가 큰 사람이다.
1596 년에 이시진의 본초강목이 첫 출판된 이후 170 년 만에 위대한 저작 본초강목습유를 1765 년에 간행하게 된 것이다. 본초강목의 약물학의 내용을 충실하게 더 정밀하게 완성시킨 사람이다.
한의학 고서적(古書籍)에 보면 책 이름 끝에 습유(拾遺)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다.
습유란? 선배가 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고 나서 빠진 부분을 보충하고 과실을 바로잡고 자기 스스로 연구한 새로운 부분을 첨가하여 미완성 부분을 완성시킨 책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고대에도 남의 글을 가져다가 자기 것 처럼 표절(剽竊)하여 저술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며 책을 훔쳐다가 자기 집에 잘 보관하고 있다가 저자가 죽고 난 다음 표지만 찢어버리고 자기 이름으로 출판한 책들이 많이 있었다.
나의 후배들 중에 동의보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연구하여 미비한 점과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자신의 연구결과를 첨가하여 "동의보감습유(東醫寶鑑拾遺)" 를 출판하는 한의학자가 하루 빨리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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