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朱震亨)은 서기 1281 년 절강성 무주(婺州) 의오(義烏)에서 태어나 서기 1358 년에 향년 78 세를 일기로 세상을 마친 원대(元代)의 저명한 의학자였다.
주진형의 집이 의오(義烏) 단계(丹溪)에 있었으므로 학자들은 그를 단계옹(翁)이라고 존칭했다. 금원 4 대가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학자로써 양음파(養陰派)의 시조이다.
눈 주위에 대륜(大輪)과 소륜(小輪)이 있었으므로 그의 용모는 괴이하게 생겼다. 그러나 풍채가 늠름하고 활기있는 표정이었다. 그의 의술은 고명하여 절강성과 강소성 일대에 이름을 떨쳤으므로 수 많은 제자들이 주진형으로 부터 의술을 배우기 위하여 구름떼 처럼 몰려들었다. 그중 저명한 제자와 사숙자(私淑者)의 수는 33 명이나 되었다.
단계에게 글벗이 하나 있었다. 그는 아플때 마다 매차 단계옹을 찾아가 진찰을 받은 후 지어준 약을 한 첩만 복용하기만 하면 병이 잘 나았다.
어느 해 여름 글벗은 복통이 심했으며 설사를 계속하였다. 단계는 글벗을 진맥한 후 예전과 동일하게 약을 한 첩 처방해 주었다. 글벗은 단계가 지어준 약을 달여 복용했지만 병이 호전되지 않아 또 다시 단계가 세 첩을 지어준 약을 복용했다. 그런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주단계가 처방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단계는 이번에 약량을 배가시켜 복용시켰다. 그래도 글벗의 병정은 호전되지 않고 전과 마찬가지였다.
단계의 글벗은 부득이 그 당시 주단계의 수제자인 대사공(戴思恭) 의사의 집을 찾아 갔다.
대사공의 자(字)는 원례(原禮)이며 무주(婺州) 포강현(浦江縣) 사람이다. 대사공은 어려서 아버지 대요(戴垚)를 따라 의오까지 걸어서 주단계의 집에 도착했다. 부자가 모두 주단계의 제자가 되었다. 단계는 대요의 아들 대사공이 보통 아이들 보다 총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단계는 성심성의껏 전력을 다하여 대사공을 가르쳤다. 대사공의 한의학 실력은 날로 증진되어 절강성 주위에 이름을 떨쳤다.
대사공은 자기를 찾아온 노인이 자기 스승 주진형과 절친한 친구 관계라는 것을 진즉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사공은 열성을 다하여 주진형의 글벗을 대접했다. 인사말을 나눈 후 단계의 글벗은 대사공에게 병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사공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선생님의 병은 주진형 노사(老師)께서 보살펴 주시지 않습니까?" 하고 단계의 글벗에게 물었다.
단계의 글벗은 "물론 봤지!" 하고 대사공에게 대답했다.
그래서 대사공은 단계의 글벗의 병정에 대하여 묻고 설태(舌苔)를 관찰하고 정중하게 맥을 짚었다. 그리고 나서 대사공은 주단계의 처방을 분석해 봤다. 그리고 대사공은 "주단계 스승께서 증세에 알맞게 약을 잘 쓰셨습니다. 주단계 스승님의 처방에 뒤이어 석류피(石榴皮) 3 전(錢)을 추가 처방하오니 시험삼아 복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 단계의 글벗에게 설명했다.
단계의 글벗은 대사공이 처방해 준 약을 받아들고 의오에 돌아와 세 첩을 복용하고 나니 질병이 신속하게 깨끗이 나았다.
어느 날 단계의 글벗은 단계를 만나러 갔다. 글벗의 얼굴색은 불그스레하고 정신은 꽤 좋아 보였다. 단계는 이상하게 여겨 글벗에게 정황을 물었다. 그리고 주단계는 글벗이 보여주는 대사공의 처방전을 훑어 보았다.
그리고 나서 주단계는 "맞다.! 석류피는 고삽(固涩)작용과 살충작용이 있고 사리(瀉痢)를 그치게 해주고 복통을 치료해 주므로 석류피가 빠져서는 않되지!"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주단계는 "청출어람이군!" 라고 말하고 대사공의 의술에 경탄하였다.
청출어람이란? 쪽에서 나온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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